“이 약은 밥 먹고 먹지요?”
“감기약은 꼭 식후에 먹나요?”
“자는 애 깨워서 약 줘도 되나요?”
환자가 약사에게 가장 많이 들어본 ‘식후 30분에 드세요’다. 그래서 사람들은 약 먹을 때 밥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. 그러나 약을 꼭 밥 먹고 나서 복용할 이유는 없다. 복용한 뒤에 속쓰림과 소화 불량이 생길 수 있어서, 또는 복용 시간을 잊지 말라고 그렇게 얘기한다.
제대로 먹지 못하던 시절, 화학 물질 합성품인 약에 적응하지 못하는 허약한 위를 달래려고 하던 복용법이 상식이 됐다. 실제로 약은 꼭 식후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. 약 제대로 먹는 법을 알아보자.
*제대로 먹어야 약
위장 장애가 없다면 약을 식후에 먹지 않아도 된다. 시간을 고르게 나눠 복용하면 가장 좋다. 치료에 필요한 약물 농도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다. 하루에 세 번 먹는 약이라면 24시간을 셋으로 나누어 여덟 시간마다 복용하면 가장 좋은데, 그렇다고 일부러 자다가 깨서 복용할 필요는 없다.
활동하는 시간에 5-6시간 간격으로 먹으면 된다. 하루 두 번 먹는 약이면 아침 9시와 저녁 9시에 먹거나 열 시간마다 먹으면 된다. 그렇지만 복용한 뒤 속이 불편한 적이 있다면 식후에 복용하고, 복용할 때 물을 많이 마시면 좋다. 끼니를 걸렀다고 약도 건너뛸 필요는 없다.
그러나 밥에 밀접하게 관련된 약도 있다. 무좀약 중 이트라코나졸은 꼭 밥을 먹고 바로 복용해야 효과가 있다. 독한 약이라 그렇다기보다는 지용성 음식을 같이 먹거나 위산이 많을 때 흡수가 잘 되기 때문이다. 당뇨약인 메트포르민도 금속성 맛을 잘 느끼고 위에서 불편함을 줄이려면 식후 바로 복용해야 좋다.
식전에 복용하는 약도 있다. 당뇨약 중 설포닐우레아 제제는 식전에 먹어야 식후 혈당이 오르지 않게 예방할 수 있다. 위장약 중 위산 분비를 줄이는 프로톤펌프 억제제는 최초 식사(대부분 아침 식사) 30분 전(최소한 15분전)에 먹어야 효과가 있다.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쓰이는 약도 식후에 먹으면 음식물이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식전에 먹어야 좋다.